이 책은 1988년에 쓰여진 책이며, 한글로는 1996년에 발행된 책이다. 오래된 책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현대 사회의 제품디자인에 없는 상당한 제약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예로, 저자는 전화기에 표시판(display)과 유사한 것을 설치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동작을 보다 쉽고 오류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을 하였다. 최신 전화기인 아이폰(iPhone)[각주:1]이나 안드로이드(Android)[각주:2] 기반의 휴대전화 등은 저자가 책에서 제시한 표시판 및 피드백(feedback), 가시성, 대응의 원칙까지 모두 갖춘 이상적인 형태의 디자인으로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이폰과 같은 휴대전화의 사용에 오류를 범하거나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기상의 화면을 제어하는 방법이나 화면을 제어한 것에 따르는 피드백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해당 제품이 가진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이 주는 정보나 제어상의 어려움인 경우이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디자인에 있어서 책에서 제시한 피드백과 제시한 가시성, 대응의 원칙들은 물리적인 디자인, 즉 하드웨어(hardware)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그 하드웨어가 가지는 소프트웨어(software)의 디자인도 고려대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책의 2장에서는 오류에 대한 비난의 대상이 잘못된 경우를 소개하고 인간이 일을 행하는 절차를 7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최근에 경험한 사례 중 책에 소개된 내용과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한 동안 쓰지 않고 방치해둔 커피포트를 오랜만에 사용했다. 커피포트의 커피를 다 따르고 나니, 커피포트에는 습기가 차 있었다. 다른 사람이 와서 습기가찬 커피포트를 보고 ‘오래 쓰지 않아서 습기가 찼다.’ 라는 말을 한 것이다. ‘사람들은 두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 둘 간에 인과관계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다’는 책 속의 문장을 읽으면서 앞의 사건을 생각하게 됐다. 이러한 인간의 사고방식을 분석하여 인간의 행위를 7단계로 구분하였다(목표의 형성, 의도의 형성, 행위의 구체화, 행위의 실행, 외부세상 상태에 관한 지각, 외부 세상 상태에 관한 해석, 결과의 평가). 인간의 행위를 구분하고, 이를 이해한다면 디자인을 하는데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의 행위 단계는 유사할 수 있으나, 목표나 의도, 행위, 해석 등은 지역적 또는 민족적, 세대별로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분석하여 디자인하려는 대상에 맞춘 디자인을 하게 된다면 더 좋은 디자인, 오류를 줄일 수 있는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7장은 디자인을 함에 있어서 어려운 과제를 쉽게 만드는 원칙들을 제시한다. 이 원칙들은 곧 사용자가 무엇을 해야 할 지와 무슨 일이 나는지를 잘 알 수 있도록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을 위한 원칙들이다. 새로운 기능이나 디자인이 사용자가 가지는 기존의 행위나 지식을 방해하지 않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하고, 구조를 단순화 시켜 문제해결의 양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1장에서 언급한 가시성을 확보하고, 대응을 올바르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만일의 오류에 대비한 디자인은 현재 연구분야인 안전필수시스템(Safety Critical System)[각주:3]의 고장수목분석(Fault Tree Analysis)[각주:4] 방법과 연관이 있다. 고장수목분석은 시스템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고장을 트리 형태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고장에 대한 대처를 사전에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석 방법이다. 이와 같이 사용자가 저지를 수 있는 오류를 분석하고 해당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하여 디자인을 해야 한다. 위의 모든 방법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표준화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에 제약을 주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표준을 익히고 이 표준을 준수하면서 디자인을 하게 된다면 앞서 언급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을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수업시간에 받았던 질문 중 ‘미술과 디자인의 차이가 무언인가?’라는 대답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다. 책에는 디자인을 잘 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분석해야 하며 어떤 것들이 지켜져야 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미적 기준으로 접근하여 좋은 디자인인가 나쁜 다자인 인가를 판단하고 있지 않다. 사람들이 보기 좋은, 사용하기 쉬울 것 같은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으며, 사용자들이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고려된 디자인,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 잘 된 디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좋은 미술을 판단하는 기준은 너무 방대하여 무엇이라 정하기 쉽지 않지만 관객들로부터 오류 발생이나 사용의 편의성을 잣대로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은 미술과 달리 제품을 사용하는 방법이나 기법 측면을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금까지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며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사용자를 고려한 또는 소프트웨어가 탑재 될 장치를 고려하겠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이후에 진행될 연구에서 조금 더 진보된 결과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